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니 가을이 시작되는가 싶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집사람이 싸준 간단한 간식거리에 책과 메모지를 들고 함백산 만항재 천상의 화원인 야생화 군락지에 낙엽송 고목들이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사이사이에 만들어 놓은 쉼터, 찾는 사람들이 뜸해 조용한 곳에 앉아서는 아무 생각 없이 야생화 꽃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책도 읽고, 몇 자 메모도 하다 보니, 오기 전 산 아래는 따가운 햇살로 더웠는데 산이 높고 바람이 넉넉해서 인지 시원함이 지나쳐 간혹 한기를 느낄 정도였답니다.
쑥부쟁이의 보라색 꽃들이 흐드러져 꽃밭을 뒤덮고, 군데군데 키 자랑하는 자주 빛 엉겅퀴와 깨알만한 꽃들이 어른 주먹만큼씩 뭉쳐서 하얀 진주처럼 빛나고 있는 궁궁이(천궁), 분홍색 둥근 이질풀, 아기 별꽃 같이 작고 앙증맞은 노란 꽃 등 만항재 야생화들은 각양각색으로 조화를 이루며 모여들 있습니다.
고목의 낙엽송들과 야생화들의 상큼한 향기로움이 바람으로 전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저잣거리에서 찌들은 영혼까지 맑게 헹구어 주고 있습니다. 곁에서 윙 윙 대는 소리가 많이 나 뭔가 했더니 제 팔에 앉은 것을 보니 생김새가 작은 벌인 것이 아마도 꿀벌들로 야생화들의 친구들인가 봅니다. 꿀벌은 꿀을 따니 좋고 야생화는 종자 번식을 시켜주니 고맙고, 서로 주고받음이 균형을 이루지요, 키가 작아 햇살을 못 받으니 키 큰 풀들과 싸우지 않고 땅은 보도 불럭 사이나 차들이 다니는 길옆으로 열악하지만, 햇살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사람 신발이나 자동차 바퀴에 붙어 용감히 탈출을 한 민들레나 질경이처럼 누구를 탓하거나 해하지 않고 스스로가 자신에 알맞은 환경의 터전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종자를 번식 시키니, 민들레의 생명력이 강한 것은 그러한 역경을 견디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평화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있자니 문득 ‘채근담’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풍래소죽(風來疎竹)이, 풍과이죽불유성(風過而竹不留聲)하고, 안도한담(雁度寒潭)이, 안거이담불유영(雁去而潭不留影)이라. 대나무 숲에 노닐던 바람이 훌쩍 떠나가도 대숲은 그 바람의 소리를 남기려 하지 아니하고, 못가에 노닐던 기러기가 기약 없이 떠나가도 연못은 그 기러기의 그림자를 남기려 하지 않는다(제 나름의 풀이임)고 했습니다.
자연은 어느 무엇에고 집착하거나 연연함이 없이 어떠한 열악한 환경에도 견디면서, 때가되면 들녘에 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는 저 평화로운 모습들을 우리 곰곰이 곱씹어 봐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기 꽃들
아-이-고
야 ∼ 아!
참으로 신비하다.
요 좁쌀만 한 꽃잎 새들을
뉘 손으로 빚었을꼬.
참으로 앙증맞고 귀여운데
어쩌면 좋아
오래 오래 두고 봐야 할 텐데
모두들
이 사람 부탁 좀 들어 주세요?
비바람에 햇살도 적당이들 앉으시고
달빛에 별빛도 조심스레 노세요.
여기 애기 꽃들 안 다치시게.
BEST 뉴스
-
차 한 잔의 행복- 의원의 지혜
천금을 주고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울 때가 있고, 한술의 밥으로 평생의 감은(感恩)을 이룰 수도 있다. 대체로 사랑이 깊으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미워함이 몹시 심하면 오히려 기쁨이 된다. -채근담 전집 115- 옛날에 사이가 좋지 않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사소한 일... -
[사설]‘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새만금 카지노…폐광지역 생존권이 장난인가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구상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돌연 ‘단순한 아이디어’로 축소됐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지난달 공식 기자회견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을 민선 9기 도정의 중점 방향으로 제시... -
차 한 잔의 행복- 깨진 그릇
새끼로도 톱을 삼아서 오래 쓰면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오래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찾기를 더해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되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하늘에 맡겨야 할 것이다. 성미가 급해 무슨 일이든 진득하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