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하는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넓겠는가?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이 맹약(盟約)을 배반하자 양(梁)나라의 혜왕(惠王)이 자객을 보내 죽이려 했다.
이때 양 나라 장군 송손연은 군사를 일으켜 제 나라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계자(季子)라는 신하는 전쟁을 극구 반대했다.
그러자 혜왕은 재상 혜자가 데려온 대진인 이라는 사람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다. 대진인 은 도가 출신의 유명한 현인이었다.
대진인 이 혜왕에게 물었다.
“전하, 달팽이라는 미물이 있사온데 그것을 아십니까?
“알고 있소.”
“그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는 촉 씨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 위에는 만 씨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들이 서로 영토를 다투며 전쟁을 시작하여 수만 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혜왕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달팽이 뿔 위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이오?”
대진 인이 말을 이었다.
“이 우주를 놓고 볼 때 제 나라와 만나라는 한낱 티끌 같은 넓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지금 전쟁을 일으키신다면 달팽이 위에서 싸움을 벌였던 촉 씨 나라와 만 씨 나라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결국 혜왕은 마음을 넓게 갖고 사소한 일로 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답니다.
- 이야기 채근담-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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