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문들이 올 봄 팔순 기념으로 국내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답니다. 몇 년 전 2박 3일 일정으로 순천만 쪽을 여행할 때 일이 떠오르는군요. 순천 만에 도착 첫날 밤 모텔 방에 미등이 고장이 나 화장실 불을 켜고 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자기로 했는데, 밤이 깊었는데 갑자기 변 내가 진동을 해 다들 깨서 창문과 방문을 다 열었는데, 그 냄새의 주인공 왈 “아니 화장실 문을 열어 놓으라고 해서 내 안 닫고 볼일을 보았지!” 우리 모두 배를 잡고 깔깔 대던 일 등 이런저런 추억들이 새 록 새록 떠올라 다시 국내 여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대학 때 여행에 빠져 휴학했다가 아버지로부터 죽지 않을 정도로 매를 맞았다는 성봉이는 전립선 질환으로 2년 전 로봇 수술을 했는데 소변보는 일이 문제가 있고, 수년 전 간경화 판정이 진행이 된 용철이는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3일간 4시간씩 투석을 해야 하고, 지난번 여행 때, 나를 계속 부축해 주었던 덕호는 저승 사람이 되고, 반장을 했던 연식이도, 군 장교 출신인 경혁이도 이런저런 질환들을 앓고 있어, 성원이 안 돼 포기했는데, 이번 모임에서 다시 한번 단톡방에 공지해 보기로 했답니다. 동창들 살아생전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를 그 ‘팔순기념여행’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세월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만큼이나 생의 허허로움이 순간순간 엄습하는 시절입니다.
팔십 생의 그 소중한 인연들을 이제 하나하나 접어야 하는 세월을 살았으니 말입니다.
소풍
김 한 경
억겁의 인연으로/지구별에 소풍와서/놀아보고 겪어보니//울고 웃던/팔십생의 이승살이…//그래/천국이더라/극락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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