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에 입추가 지나니 정선을 가는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작은 해바라기(원추천인국, 루드베키아)들이 다들 시들어 고개를 숙이니 기다렸다는 듯이 달맞이꽃들이 서로 키 재기라도 하듯이 그래야 달님을 조금이라도 가차이서 맞이할 수 있다는 듯이 노란 꽃망울들을 매달고는 달님을 기다리고 있고, 함백산 만항재로 오르는 길 가에는 들국화 모양의 보라 꽃잎 새를 활짝 피운 들개미취들이 줄을 지어 환하게 웃으며 함백산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더니만 열흘도 못가서 모두 지고 말았습니다. 다음에는 구절초와 산국들이 함백산을 물들이겠지요.
진달래가 국화를 닮으려 하지 않고 눈 속에 피는 복수초가 여름에 피려하지 않음으로 해 자연은 절기마다 변함없는 모습들로 반겨주고 있는데, 만약에 꽃들에게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심의 욕심보를 갖게 했다면 어찌 됐을까요. 서로 예쁜 꽃 닮겠다고 하고 서로 좋은 계절에 피겠다고 시기하고 질투한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면 꽃들의 무심무상(無心無想)의 생이 천만다행이지 싶은, 괜한 생각을 해 보게도 됩니다.
신이 우리에게 사고(思考)하는 능력과 함께 마음 쓰임 훈련을 시키기 위해, 욕심이라는 것과 자제하는 분수로움을 주었습니다. 욕심을 잘 다독이고 자제시켜 분수에 맞게 살라고 함이겠지요.
초등학교 시절 다 쓰고 조금 남은 연필을 대롱에 끼워서 끝까지 쓰던 시절이 있었지요.
우리 반에서 제일 잘사는 친구가 있는데 하루는 나하고 내 짝꿍을 부르더니 새 연필들이 그득한 필통 속에서 연필 한 자루 씩 집어 우리에게 주더군요. 나는 고맙다고 받았는데 내 짝꿍은 자기 동생 주게 한 자루만 더 달라고 하니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도 줘야하니 안된다고 하는데 짝꿍은 한 자루만 더 달라고 억지를 부리니 그 친구가 안 되겠다고 하면서 짝꿍에게 준 연필을 도로 빼앗아 교실 밖으로 나가더군요. 그러자 짝꿍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무어라 투덜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짝꿍에게, 연필을 맡겨 놓은 것도 아니고 한 자루 주는 것도 고맙게 받아야지 더 달라고 억지를 부리다 준 것 마저 빼앗기고는 뭘 잘했다고 투덜대는 거야 나도 동생이 있어! 하면서 제가 받은 연필을 짝꿍에게 건네주며 네 동생 갖다 주라고 하니 됐다고 하면서 그때서야 억지 부린 자신의 잘못을 조금은 깨달은 듯 보이더군요.
아주 오래 전 일인데 왜 이리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흔적
미련 없이 떠나는 일도
사는 일 만큼이니
쉽지 않은 일 일 텐데
재촉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갈 길인걸
왜들 그리 서둘러
가야만 했을까
떠나고들 나니
뭉게구름 떠 있다
흩어진 자리
옷깃 스치고 지나간
한 점 바람.
BEST 뉴스
-
차 한 잔의 행복- 의원의 지혜
천금을 주고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울 때가 있고, 한술의 밥으로 평생의 감은(感恩)을 이룰 수도 있다. 대체로 사랑이 깊으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미워함이 몹시 심하면 오히려 기쁨이 된다. -채근담 전집 115- 옛날에 사이가 좋지 않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사소한 일... -
[사설]‘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새만금 카지노…폐광지역 생존권이 장난인가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구상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돌연 ‘단순한 아이디어’로 축소됐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지난달 공식 기자회견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을 민선 9기 도정의 중점 방향으로 제시... -
차 한 잔의 행복- 깨진 그릇
새끼로도 톱을 삼아서 오래 쓰면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오래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찾기를 더해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되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하늘에 맡겨야 할 것이다. 성미가 급해 무슨 일이든 진득하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