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하고 병든 사북, 내겐 안식처였다
최승선 작가는 남면 유평리 출신으로 사북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어린시절 그에게 기억된 사북은 병든 도시였다. 탄광이 문을 닫으며 어린시절을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하나 둘 떠났고, 빈집들이 넘쳐났다. 스산하고 병든 환경이었다. “떠나고 싶었어요. 비정상적인 마을, 병든 환경이 싫었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로소 학업을 위해 사북을 벗어났다. 병든 그곳을 벗어났지만 그가 동경하던 서울도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미술을 전공할 만큼 넉넉지 못했던 형편 때문에 그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고학을 해야 했다. 동기들이 2년에 마치는 대학원 과정도 생업과 병행해 5년이 걸려서야 마칠 수 있었다.
빨리 떠나고 싶었던 병든 도시. 하지만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그곳에 의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시원을 전전하던 힘든 생활의 틈새를 고향 사북의 추억으로 메웠다. 고된 학업, 타지 생활의 안식처였다.
그가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보고 느꼈던 음산함,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처절한 투쟁은 그대로 그의 작품에 투영됐다. 중앙대 대학원 시절 그가 그려낸 사회 저항적인 푸른색 인물은 미술세계 대상전, 한국현대미술대전 등을 통해 화단에 알려졌다.
2009년. 학업을 마친 최승선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탄광촌의 쇄락과 이주의 기억, 변화를 초현실주의적인 화풍으로 그려냈다. 1980~90년대 폐광지역의 모습은 같은 기간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를 통해 재해석됐다. 문학적이며 연극적인 화면을 구축하는 독창적인 화법을 선보였다.

화단의 주목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한전아트센터, 라이프갤러리, 갤러리 도올, 아트포럼뉴게이트, 강릉미술관 등 9번의 개인전과 KCAF(예술의 전당), 화랑미술제(코엑스), Global_GAF(프랑스 파리)등 12회의 국내외 아트페어, 12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인천지방법원, 춘천미술관, 강릉문화재단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오는 18일까지 아리랑센터 로비에서, 최승선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에는 최승선 작가가 그려낸 유년시절 탄광촌의 쇄락과 변화, 지역의 해체와 분열 그리고 기억, 향수 등 현재의 감정을 통해 재해석된 작품 3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 정선신문 & www.jsweek.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40년 공직 마치고 양봉인 변신…벌 300군으로 일군 연 매출 1억원 ‘꿀맛 인생 2막’
“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성을 쏟은 만큼 달콤한 꿀로 답하고, 제 인생의 두 번째 봄까지 열어줬으니까요.” 정선군청에서 40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기획감사실장을 끝으로 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한 박명섭(70 사진) 아리벌양봉원 대표. 그는 요즘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꿀맛 인생 2막’을 살... -
북소리 따라 번진 웃음…손풍금에 실어 보낸 스무 해의 축하
북소리가 둥글게 퍼지자 객석에서 박수가 피어났다. 통기타의 맑은 선율 위로 손풍금의 정겨운 가락이 포개지자 굳어 있던 얼굴에도 하나둘 웃음이 번졌다. 주민들이 매주 한자리에 모여 다듬어온 음악은 이날 무대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선물이 됐다. 북평면 남평 강변마을 ... -
새만금 카지노 추진·고객 금융정보 규제에 폐광지역 강력 반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추진과 강원랜드 이용객의 금융·신원정보 기록을 강화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움직임에 맞서 폐광지역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역살리기공추위(위원장 안승재)는 16일 공추위 사무실에서 집행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폐광지역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강원랜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 -
국도 59호선 10년째 공사판… 남면 주민 불편 가중
정선군 남면을 관통하는 국도 59호선이 사실상 10년째 공사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면 유평리∼낙동리를 잇는 4.3㎞ 구간의 공사가 시공사 기업회생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된 가운데, 같은 노선 유평리 일원에서는 별도의 위험도로 개선공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 30일까지 1개 차로가 통... -
광부 떠난 1만4천 평 아파트 터…파크골프로 사북을 깨우자
정선 관내 흩어진 54홀·6천여 객실 연계해 전국대회와 체류형 관광 기반으로 한때 광부와 그 가족들의 삶을 품었던 사북광업소 아파트단지가 철거된 지 10년이 넘었다. 웃음과 발걸음이 오가던 자리는 이제 4만6천㎡의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석탄산... -
“강원랜드 고객 모두를 범죄자로 모나”…폐광지역 ‘생존권 투쟁’ 선언
금융당국이 강원도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강원랜드 카지노(사진)고객확인제도(CDD)를 모든 이용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폐광지역의 분노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강원랜드 이용객을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매출·폐광기금·배당금 감소가 지역경제 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