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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

  • 최광호 기자
  • 입력 2026.08.03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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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이창희 지음한국학술정보(드루)/1만9800원

 

일제를 피해 중국 대륙 수만 리를 떠돌아야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생존과 고뇌를 따라간 역사기행서가 출간됐다.

 

신간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근현대사의 의미가 달리 해석되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발자취가 남은 중국 11개 도시를 직접 찾아 나섰다.

 

여정은 상하이의 허름한 골목에 자리한 임시정부 청사에서 시작된다. 이후 김구 선생의 피난처가 있는 자싱을 거쳐 항저우와 전장,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구이린, 치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목적지는 임시정부가 광복을 맞은 충칭이다. 저자는 일제의 추격을 피해 중국 대륙을 옮겨 다녀야 했던 임시정부의 고단한 이동 경로를 따라 수만 리 길을 걸었다.

 

책은 독립운동가를 숭고한 영웅으로만 그려온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난다. 끊임없는 감시와 체포의 위협에 노출되고, 하루하루 생존과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복원한다.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가난과 공포, 좌절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이들이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생생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현장을 집요하게 파고든 취재 과정도 책의 중요한 축이다. 중국 당국의 통제로 촬영할 수 없는 지역을 지나고, 흔적조차 희미해진 유적을 찾기 위해 현지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린다. 여러 차례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서도 단서를 쫓아가는 여정은 마치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전한다.

 

저자의 시선은 널리 알려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타국의 외진 묘지에 가명으로 묻힌 이덕삼 열사처럼 역사에서 잊혀가는 독립운동가와 공간을 찾아내 다시 세상 앞에 불러낸다. 이를 통해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라, 사라진 이름과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는 책임임을 강조한다.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이 보여주는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는 교과서나 박물관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다. 두려움과 결핍 속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살아 있는 인간들이다. 이념과 진영의 대립으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오늘날, 국경과 처지를 넘어 함께했던 이들의 연대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공동체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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