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는 주민이 줬지만, 마지막은 돈봉투가 갈랐다
성희직(시인.정선진폐상담소장)
성희직의 선거이야기-금품수수로 패가망신한 의장선거 출마자들
원 구성 때마다 반복되는 금품살포와 배신 정치
순리 대신에 금품·밀실합의… 패가망신으로 끝나
<1990년대 초 35세 강원도의회 초선의원 시절 광부작업복을 입고 도정질문하는
성희직의원. 의사진행은 최경식 의장이 맡았다>
6.3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제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지만, 또 다른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다. 강원도의회를 비롯한 시군의회 대부분은 7월 1일 개원하는데, 당선자들은 의장, 부의장 자리를 놓고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강원도의회의 경우 정선군 출신 김기철 의원(3선)이 일찌감치 의장선거 출마의 뜻을 밝혔다. 도의회 54석 중 민주당 24석, 국민의힘이 30석이어서 당내 후보로 결정되면 당선이 유력하다.
지방자치에서 행정과 의회는 흔히 ‘양쪽 수레바퀴’란 표현을 쓴다. 행사장에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시장 군수와 시의회, 군의회 의장은 의전상 동급 예우를 받는다. 행사 때 지자체장 다음에 축사나 격려사를 하고 의회에서 전용차와 비서관을 배정한다. 거기다 매월 업무추진비를 받기에 다선의원이면 으레 의장직에 욕심을 내곤 한다.
여든 야든 의장은 다수당에서 선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선의원 중에 동료들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고 평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뽑히기 마련이다, 대체로 전반기엔 당 소속 의원들의 ‘합의’로 의장 후보를 선출하지만, 후반기엔 상황이 달라진다. 후반기는 마지막 기회여서 의장을 반드시 해야겠단 욕심에 무리수를 두다 인생을 망친 사례를 많이 보았다. 소속 당에서 내정한 후보가 아니라 상대 당 의원들과 은밀한 거래로 판을 뒤집거나 금품을 주고받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초선 도의원이던 강원도의회 후반기 의장선거(1993년)가 그랬다. 전반기엔 최고령인 최경식 의원(동해시)이 의장에 당선되었다. 후반기는 횡성군 출신 정계0 의원과 원주시 출신 김덕0 부의장이 대결하였다.(정 부의장은 당시 ‘슬롯머신 대부’로 불린 정덕진 씨 친형) 후반기 의장선거는 일찍부터 치열한 물밑작업이 있었고, 어찌하다가 금품을 주고받은 게 알려져 버렸다. 춘천 출신 황정선 의원이 정 부의장에게서 8백만 원을 받아 선거운동을 도운 것이 드러난 것이다. 동료의원의 문제 제기로 언론에 보도되고 수사가 시작되었다. 의원 여러 명이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정계0 의원은 당선된 직후에 의장직을 사퇴하였다. 금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황정선 의원은 동료의원들에 의해 ‘제명’되어 의원직을 잃고 말았다.
후반기 원 구성 때면 전국의 지방의회마다 이와 같은 일이 종종 벌어져 여론의 질타를 받곤 한다.
강원도 고성군의회는 2024년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200만 원과 양주를 선물한 A 의원과 받은 B 의원이 구속되는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기도 성남시 의회에서는 2022년 의장선거 출마자가 금품제공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일도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사례 일부를 제목만 옮겨본다.
「경찰 의장선거 돈 봉투 의혹... 나주시의회 3차 압수수색」 「박00 성남시의장 ‘금품제공’ 혐의 징역형, 법정구속」 「경주시. 상주시 시의원들 의장선거 금품수수로 무더기 구속」
이전에 정선군의회에서도 당에서 협의한 의장 후보를 선출하지 않고 다른 방향의 투표로 두 차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지역발전과 주민 복지향상을 위해 일해 달라고 뽑았더니 감투싸움이다.”라는 지역주민들의 질타와 언론보도로 망신을 산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으레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옴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느 지방의회든 의장선거로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야 한다. 의장 선출은 다선의원이 존중되어야 하고 의원들 간에 협의, 순리대로 선출하기를 바란다.
“초심을 잃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 당선된 지방의원 모두는 선거 때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하고 약속하였다. 임기 내내 그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발전과 주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표를 준 주민들에 대한 최고의 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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