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堯)임금이 임금의 자리를 허유에게 물려주겠다며 말했습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등잔불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임금 자리에 앉으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임금의 자리를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답니다. “임금께서 잘 다스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얻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제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만한 물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새삼 세상을 다스릴 일이 없습니다. 부엌의 요리사가 부엌일을 잘못해도 제사 시동(尸童)이나 신주(神主)가 술 단지와 적대를 들고 와서 그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라며 임금의 자리를 사양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서 무슨 소원이든 말하라고 했을 때, 지금 자기에게 비치는 햇빛을 가리지 말라는 것밖에는 달리 부탁할 것이 없다고 한 고대 그리스의 철인 디오케네스를 연상케 합니다. <오강남 풀이 장자>에서 인용
봄 비
김한경
빗소리도 낭랑한데/바람마저 살 랑 이니/비 그치고 나면/더욱 짙어진 푸르름에/삶이 환해진 봄날//말끔히 몸을 씻은 잎 새들의/청정한 몸매를 보게 되겠다/꽃 망을 터트리는/아픔도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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