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월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는 날입니다.
저는 항상 그러하듯 동창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밤잠을 설쳐가며 이른 새벽부터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 3시간 반 걸리는 기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다 깨 다를 반복하며 청량리역에 도착한답니다.
헌데 이번 여행은 아주 울쩍한 기분의 여행이었답니다.
회장을 맡고 있던 ‘경제’는 말기 암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했는데 퇴원을 권유, 요양 병원에서 시한부 생을 살면서, 단 톡 방에 아침 인사를 열심히 올립니다.
다행히 살아있어 오늘 이 아침을 맞고 있음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프게 합니다.
만년 총무인 ‘정자’는 헬스클럽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있고, 자주 못 나오던 ‘경자’는 모처럼 나온다고 미장원에서 머리단장까지 했는데 그만 넘어져 발목을 다쳐 못 나오고, 이래저래 열두 명이 모인 동창회였답니다.
점심이 끝나고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뒷모습들을 보니, 머리는 백발에 축 처진 어깨들 하며, 걸음걸이 들도 시원치 않아, 나도 이제 완전 늙은이 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 꼭 나오라며, 다음에 꼭 만나 자며 손을 꼭 잡고 인사들을 나누고는 헤어진답니다.
다음 날 요양 병원에 있는 '경제'를 찾아가 보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마른 모습인데 내 손을 꼭 잡고는 “난 이리 좋은 친구들이 있어 행복해 죽어도 여한은 없어” 하며 잡은 손은 놓지 않습니다.
얼굴만 벽 쪽으로 돌리는데, 나 역시 천정을 바라보며 먹먹 해진 가슴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답니다.
“난 항암 치료는 안 받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통증이 오면 진통제나 맞으면서 편히 있다가 갈 거야” 하던 그 혈기는 어디 가고…
하늘이 점 지 해 주신 팔십 생의 인연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그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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