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에 이욕(利慾)이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독선적인 생각이 마음을 해치는 해충이다. 여색이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총명함이 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어느 산중의 암자에 기거하는 두 스님이 아침 일찍 마을로 내려와 볼일을 본 뒤 저녁 무렵이 되어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다리가 없는 냇가에 당도했다.
“이런 낮에 내린 비로 물이 불었군.”
아침에 암자에서 내려온 뒤 낮에 소나기가 서너 시간 내리는 바람에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냇가 건너편에서 웬 처녀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래 한 스님이 건너가서 까닭을 물었다.
“지금 빨리 내를 건너야 하는데 물살이 너무 세서 못 건너고 있습니다.”
스님은 등에 업히라고 해, 처녀는 스님의 등에 업힌 채 내를 건넜다.
그리고 두 스님은 암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잠시 걷다가 한 스님이 처녀를 업어준 스님에게 큰 소리를 꾸짖기 시작했다.
“일념으로 도에만 정진해야 할 사람이 처녀의 몸에 손을 대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며 이런저런 말들로 계속 꾸짖었으나, 처녀를 업어준 스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 두 스님은 암자 입구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스님은 처녀를 업어 건네준 스님을 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암자에 도착하자 처녀를 건네준 스님이 입을 열었다.
“자넨 힘들지도 않나? 나는 그 처녀를 이미 한참 전에 잠시 업었다가 내려놓았을 뿐인데, 자네는 아직 까지도 업고 있으니 말일세, 이제 그만 처녀를 내려놓으시게 암자 안까지 업고 들어갈 셈인가?” -이야기 채근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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