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12경은 1997년 영월댐 건설의 급박한 시기에 시민단체와 뜻있는 주민이 동강이 시작되는 정선 가수리에서부터 평창 미탄을 거쳐 영월댐 건설예정지 섭새까지 수없는 답사결과로 탄생하였다. 이는 동강 유역의 생태문화적 경관을 국내외로 널리 알려 동강 댐건설을 저지해 동강의 총체적 자연과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취지였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독특한 자연경관을 연출하고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어름치와 수달이 헤엄치고 비오리, 원앙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민의 생활과 역사문화를 담고 있다. 동강을 따라 흐르면서 동강 제1경부터 12경의 정겨움을 살피며 걸어보자.
동강의 고성산성(古城山城)은 삼국시대 한수 이북을 지키기 위해 고구려가 쌓은 산성으로 4개의 석축산성과 흙을 쌓아 만든 토루(土壘)로 성둘레 630m로 이루어져 있다. 나리소에서 내리는 물은 소골 하중도를 돌고 다시 한번 산성을 휘감아 동강 중상류의 멋진 사행천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성 주변은 선사시대의 신석기와 청동기 유물 고인돌, 바위그늘 유적 등도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다.
물은 인간의 생명수이듯 물길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고대 국가에서는 안위를 좌우할 정도라 지키고 빼앗아 이를 위한 성곽을 축성하였다. 한강 줄기에는 최상류 정선의 송계리 산성에서 시작해 정선의 장천성, 고성산성, 영월 완택산성, 왕검성, 영춘의 온달산성, 양평 파사성, 서울 아차산성, 행주산성, 김포 문수산성 등 수없이 많다.
동서를 연결하는 38국도에서 영월을 지나 정선 관문인 신동의 예미 사거리에서 북으로 ‘동강 가는 길’을 따라 산촌마을 유문동 구레기고개를 넘어 재넘어에서 첫 대면은 백운산(882.5m)이다. 그 아래 동강을 바싹 끌어안은 작은 봉우리 425m 고지에 고성산성이 숲 속에 숨겨져 있다. 강원도 기념물 제68호이며 1994년에 지정되어 보존되고, 재넘어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매년 10월이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고성산성제를 이어가고 있다.
마을의 정선군도 6호선은 동강 물길로 가수리에서 조양강으로 이름이 바뀌어 정선까지 이어지는 강변길로 줄줄이 강산촌마을을 이루고 있어 경관이 뛰어나며 동강할미꽃, 어름치, 비오리, 비슬나무 등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동강유역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온 곳이다.
구레기재를 넘어 비탈길이 바닥으로 내려오면 길옆으로 오래된 숲이 나타나고 거대한 보호수 느티나무 옆에 예스러워 보이는 고방정이 개천 건너에 있다. 숲속에 고성산성과 동강12경 생태경관지역 안내판과 장승 한 쌍이 있다. 현대판 장승부부 사이로 시멘트 길을 좀 가파르게 오르면 길이 끝나고 우측으로 흙과 돌계단 숲길을 휘돌아 올라간다.
숲속에서 벗어나 시야가 열리며 우측으로 백운산이 다가오고 제1산성이 우뚝하다. 성 밖으로 동강의 물길 따라 운치리의 납운돌과 점재, 소골이 한눈에 들어오고, 성안에서는 백운산과 칠족령 연봉이 병풍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산성길이 63m에 높이 4m 정도, 넓이는 4~5m가 된다.
제1산성으로 들어 안의 넓은 터 뒤로 낮은 토루가 이어지고 끝으로 사면에 제2산성이 비탈로 연결된다. 산성이 거대한 계단처럼 보이는 성벽을 따라 나무 사이로 가파르게 오른다. 4개의 산성 중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축성 모양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길이 78m로 제1산성보다 더 높고 넓이는 조금 좁다.
이어 성벽이 끝나고 다시 제3산성으로 산 능선 따라 120m 이어지며 산성에서 높은 곳으로 영월, 평창 군 경계를 가름할 수 있다. 내부 쪽에서는 낮아 바로 성벽 위를 올라 걸을 수 있으며, 성 위로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크고 둥근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동강 하류 쪽으로 시계가 열려 움직임을 살피고, 사행천은 휘돌고 휘돌아 산줄기가 겹쳐드는 경관이 뛰어나며, 밑으로 동강과 제장마을이 한눈에 들어 경관이 뛰어나다.
이곳은 산성에서 제일 높은 지역으로 봉수대 터도 뒤로 있어 중요 거점으로 고성 산성제도 이곳에서 지내오곤 했다.
이제 성벽은 남쪽 사면을 가파르게 내려가다 끝나고 숲을 지나 다시 제4성이 버티고 있으며, 유일하게 성벽을 돌출시켜 치성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산줄기가 이어지며, 덕천리 원덕천과 고성리 고림이 보이며 연포로 넘어가는 물레재가 우측면으로 실선을 끌고 넘어간다. 성벽은 예나 현대전 병사에도 성곽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안으로 경작지와 묘지들이 있으며, 예전에 우물도 있었다고 하는 생활 근거지인 듯하다. 성벽이 길게 이어지며 끝나는 지점에 밖으로 나가는 임도가 내려가며 경작지와 과수밭이 있다.
고성산성은 오랜 세월을 지켜 온 유적이라 숲 생태계도 상대적으로 좋아 야생동물들의 배설물과 멧돼지의 흔적이 발견된다. 특히 멧돼지의 목욕탕은 주변 나무들을 황토색으로 칠갑을 해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산성에서 덕천리로 건너가는 능선은 나이든 큰 소나무는 송진을 채취한 상처로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도 엿볼 수 있고, 현대사의 여러 참호도 이어지고 있다.
고성산성 입구 고방정은 거대한 느티나무 집단과 소나무로 군락으로 자연스러운 공원으로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또 산성 쪽 절벽 밑으로는 선사시대 주민의 은거터로 바위그늘이 있고 주변 고인돌과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동강과 함께 살아온 유물들이 고대부터 삼국시대, 현대사까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장이 되어 많은 탐방객이 찾고 있다.
고성산성 입구에는 예미초등학교 고성분교장의 학생들이 고인돌과 백운산, 동강을 벗하고 뛰어놀았으나 이제는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도 고인돌도 사라지고 거대한 건물로 바뀌었다. 국가 역사 유산을 지켜야 할 정부기관에서 아리리교원연수원으로 동강의 역사유적과 생태, 경관을 크게 망쳐버렸다.
최근에 전국의 걷기 열풍으로 고성산성 둘레 길은 산성뿐 아니라 굽이치는 동강과 강산촌을 함께 체험하고 느끼며 걷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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