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달 전이었습니다. 축제 위원회 이사장으로부터 이번 축제에 새로운 즐길거리를 만들었으면 해 찾아 왔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조언해 주십사는 부탁을 받고는 선뜻 그러마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저 역시도 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마하고 대답을 한 것은 오래전부터 나름대로 마음에 두고 있던 생각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승낙을 한 것 이었습니다.
정선에는 몇 년 전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재로 등록된 아리랑이 특히 정선 아리랑이 널리 퍼져 불리고 있는 고장입니다. 요즈음에는 창극단이 만들어지고 정선 아리랑을 부르는 분들이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정선의 오일장이나 얼마전에 준공을 한 아리랑 센터에서 정기적인 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공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이 있곤 했습니다. 정선의 상설공연장이나 오일장에서 볼 수 있는 아리랑 공연은 주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꽃단장을 한 후 관객 앞에서 고운 모습으로 정선 아리랑 소리를 들려 주는 식의 공연이었습니다.
물론 전통의 소리는 이어져 내려 오며 대물림으로 간직되고 불려지고는 있지만 정선 아리랑이 품고 있는 깊은 의미 즉, 그 당시 척박하고 진한 삶속의 울림의 소리는 세월의 흐름 속에 깎이고 재단돼 오늘의 보여주기 식 화려한 무대로 변모돼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의 아리랑은 그 속에 무한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각 지방마다 나름의 특색있는 아리랑이 불려지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의미는 저마다의 독특한 우리 민족 정서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삶을 이어오며 현재에 이르렀고 지정학적, 지리적 여건, 이웃나라의 침범을 견디고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태동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 숱한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 내기 위해 구황식물이었던 곤드레나 산나물 또는 나무껍질로 연명하며 끼니를 달랬고 고달픈 삶의 여정이 각 지방 나름의 아리랑으로 이어져 한 가닥 맥락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를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선아리랑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희노애락이 노랫말에 담겨지고 근 600년이라는 역사의 굴레가 지금까지 구르며 이어져 온 것이며 이러한 역사성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 돼 의례히 대한민국하면 아리랑을 우선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리랑 가락에는 우리 민족의 기상과 끈끈한 정서, 삶의 애환이 절절히 녹아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로 우리 자신이 아리랑인 것 입니다.
이러한 아리랑에는 극한의 어려움을 억척같은 슬기로 이겨 내게 한 삶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우리민족 나름의 해학과 익살, 이해와 배려, 어울림과 소통이 그 안에 꽁꽁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만 합니다. 우리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하고 끈끈한 저력은 이렇게 탄생된 것 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뒤집어져도 우리의 근간은 흔들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5000년의 긴 역사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아이템이 어울림과 소통을 우선하는 우리의 전통 무대인 마당놀이를 택했고 그 안에 정선의 아리랑 가락을 풀고 연극과 익살, 해학을 적당히 얼버무려 시나리오를 만들고 급기야는 연출까지 하게 된 것 입니다.
결과는 관객들의 몫이고 정선에선 처음 선보이는 무대라 약간의 설렘으로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기간이 촉박하고 전문 배우들이 아니라 애를 먹기도 했고 각자 나름의 생업이 있어 연습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개막식 날... 작품의 신선도가 돋보였는지 개막공연으로 하자는 제안을 받고 드디어 개막공연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당초 계획에는 멍석을 둥글게 깔고 그 위에서 작품을 할 요량이었지만 음향과 공연장 여건이 허락치 않아 그냥 무대에서 공연을 해야만 했습니다.
소통을 우선으로 하는 마당놀이의 격은 많이 감소가 됐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도에 많은 분들의 호감을 사기에는 충분한 무대였습니다. 사려깊은 마음으로 공연을 지켜 본 많은 분들이 공감과 울림을 함께 하셨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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