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 위기와 90만 원 판결의 전말
김택기 후보를 돕다 도의원직 잃을 뻔한 이야기(3회)

성희직(시인. 정선진폐상담소장)
13대 총선 때 김택기 후보는 태백시 선거구에서 함태탄광 노조위원장을 지낸 류승규 후보에 밀려 2위로 낙선하였다.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 16대 총선에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나와 박우병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당시 태백시와 정선군 도의원은 두 명씩이었다.
정선엔 나와 유돈대 의원, 태백엔 손석암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박금용 의원만 무소속이었다.
선거가 몇 달 남았을 때 “김택기 씨가 선거에 나오려고 운동을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정치는 감정, 법은 냉정
나는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당 도의원들도 만나지 않고 무슨 선거운동인가?” 싶었다.
하지만 같은 당인데 선거를 돕지 않을 수도 없어 셋이 만나 어떻게 할 건지를 의논하였다.
이후 후보 등록을 한 달 정도 남겨 놓고 내가 주도하여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발전과 강원랜드 카지노사업 성공을 위해 우리 셋은 집권 여당 김택기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의했다”라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그때는 합동 연설을 할 때였다.
나는 김택기 후보 연설문 작성을 돕기로 했다. 선비형에 박력이 부족한 인상이기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연설 시간 20분 동안 2~3분에 한 번씩은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는 ‘선동형 연설문’으로 만들었다.
<김택기 국회의원 후보 선거 홍보 벽보와 홍보물>
“멋지게 잘했다” 선동형 명연설로 당선도와
유세 날 정선공설운동장엔 많은 청중이 모였다. 3선인 박우병 의원이야 모두가 잘 알지만, 소문만 들은 김택기 후보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였다. 연설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했다는 평이었다.
며칠 후 태백시 합동연설회는 황지초등학교에서 했다.
양쪽에서 사람들을 대거 동원하여 유세장 열기가 뜨거웠고, 연설 순서 추첨에서 박우병 후보가 먼저 김택기 후보가 나중에 하게 되었다.
합동연설회에선 좋은 순서였다.
박우병 후보는 나름 노련하게 잘했지만, 유세장에선 박수를 많이 받고 호응을 유도하는 선동형 연설이 먹히기 마련이다.
결과는 “김택기 후보가 연설을 멋지게 잘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세장 분위기를 볼 때 분명 이길 것 같았다.
개표 결과 김택기 후보가 58.41% 득표율로 1만2천여 표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선거는 이겼지만… 법은 달랐다”
선거가 끝난 며칠 후 정선경찰서에서 ‘선거법 위반’을 했다며 출석 통지가 날아와 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공식선거일 전에 성명서를 언론사에 보낸 것이 ‘사전선거 운동’이란다. 열흘쯤 후에는 영월 검찰청에서도 통지서가 날아왔다.
정해준 날 1호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성희직 도의원입니다” 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사건조사관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대뜸 “당신, 선거법을 위반해놓고 경찰 조사에서 그따위로 했느냐”며 핀잔을 주는 게 아닌가?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죄인 취급하듯 던지는 말에 기분이 나빴기에 이렇게 물었다.
<성희직 강원도의원이 도의회 의장석에 앉아 강원도청 집행부의 답변을 듣고 있다.>
“저는 성희직 도의원이라고 분명 말씀드렸는데 누구신데 그럽니까?”
‘오는 말이 고와야.....’하는 속담처럼 내 말투도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엔 ‘그래도 내가 집권당 소속 강원도의회 부의장인데’하는 우쭐함도 있었다)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의 대꾸가 이랬다. “우리 검사님이십니다”
“구형 300만 원… 위기의 도의원”
내 말투가 괘씸죄에 걸렸는지 나중에 ‘300만 원 구형’이 떨어졌다.
남의 선거를 돕다가도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전반기 부의장에 민주당 도의원 협의회장이었기에 후반기 의장 선거운동을 하던 때였다.
그런데 벌금 300만 원 구형을 받은 처지에 어떻게 의장선거에 나서겠는가!
다음 회기 때 ‘신상 발언’을 통해 ‘의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동료의원들이 영월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준 덕분에 선고에선 90만 원으로 낮춰졌다.
선거법은 여당 소속이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후엔 선거 관련 일은 위법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또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고서 처리를 했다.
성명서 한 장 발표한 것 때문에 하마터면 도의원 뺏지를 뗄 뻔한 아찔했던 ‘흑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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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기 전) 국회의원은 2025년 9월 11일 별세했다. 영국신사와도 같은 이미지와 성품으로 기억되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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