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사가 던진 무책임한 한마디…폐광지역은 생업마저 멈췄다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8.07 10:0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칼럼] "새만금 카지노" 한마디에 현수막·회의·성명·집회까지…막대한 사회적 비용 누가 책임지나

6b395322-7c19-41ac-a013-7b8ab31d6da1 70.png

  

이원택 전북지사가 새만금 내국인 출입 카지노구상을 입 밖에 내는 데는 몇 초면 충분했다. 그러나 폐광지역은 그 몇 초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여 일 동안 생업을 뒤로한 채 거리로 나섰다.

도지사의 말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입 밖에 나오는 순간 행정의 신호가 되고, 대응 조직과 예산을 움직이며, 결국 누군가의 노동과 불안으로 전가된다.

지난달 13, 이 지사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꺼내 든 새만금 내국인 출입 카지노구상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정선·태백·삼척·영월 등 폐광지역 전체를 뒤흔들었다.

거리마다 반대 현수막 수백 장이 내걸렸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대응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법률과 정책을 검토했고,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와 진폐단체는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및 집회를 이어갔다

주민들은 생업을 뒤로한 채 회의장과 청와대 앞 집회 현장으로 향했다. 단체들은 현수막을 제작하고 차량을 빌렸으며,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에 전달할 건의문을 작성했다. 폐광지역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과 단체를 잇는 공동 대응의 연대도 꾸려야 했다.

이 모든 소동과 희생은 전북지사가 기자회견장에서 던진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정작 말을 꺼낸 사람이 아니라 폐광지역 주민들이 치렀다. 주민들은 시간과 돈을 내놓았고, 노동과 생업을 희생했으며, 삶의 터전이 또다시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떠안았다.

전북지사가 몇 초 만에 던진 한마디의 청구서가 고스란히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날아든 셈이다.

 

말은 전북에서, 계산서는 폐광지역으로

 

현수막 제작비만 비용이 아니다. 회의에 들인 시간과 멈춰 세운 생업, 이동과 집회에 들어간 경비, 행정기관이 투입한 인력,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했던 불안과 갈등까지 모두가 사회적 비용이다.

그 정확한 총액은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비용을 만들어 낸 사람과 그 비용을 실제로 치른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말은 전북지사의 입에서 나왔지만 계산서는 강원도 폐광지역으로 날아왔다.

더구나 이 지사의 발언은 사석에서 흘린 상상도, 지나가는 덕담도 아니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이라는 공식 석상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과 전북특별법 개정을 민선 9기 도정의 중점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랬던 구상이 전북지역 사회단체와 폐광지역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돌연 원론적인 구상”, “부주의하게 한 답변으로 축소됐다. 도정의 중점 방향이라던 정책이 불과 보름여 만에 단순한 아이디어로 쪼그라든 것이다.

 

중점 방향이 돌연 단순한 아이디어

 

이 지사의 해명은 의혹을 걷어내기는커녕 오히려 키웠다.

이 지사와 전북도는 공식적인 검토나 내부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구상을 논의했으며, 해외 출장 중에도 국제전화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공식 검토가 없었다면 지난해부터 무엇을 그토록 오래 논의했다는 것인가. 실제로 협의를 이어왔다면 왜 이제 와서 단순한 아이디어로 줄이는가.

아무런 검토 없이 폐광지역의 생존권을 뒤흔들 중대한 정책을 발표했다면 무능이다. 논의를 진행하고도 공식 검토가 없었다고 발을 뺀다면 무책임이다. 어느 쪽이든 도정을 책임진 사람의 언어와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추진하는 것도, 철회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해명은 책임은 피하면서 가능성만 남겨두려는 정치적 퇴로에 가깝다. 정책의 문은 열어둔 채 책임의 문만 닫겠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1785837767593_1_0.jpg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기후부·원안위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지방정부들의 내국인 카지노 신설 요구와 관련해강원랜드 입장에서는 납득하거나 용인하기가 쉽지 않겠죠라며 폐광지역의 반발 가능성을 짚었다.강원랜드가 폐광지역의 대안으로 출범한 사업이라는 점까지 환기하면서 새만금 등에서 거론되는 신규 내국인 카지노 구상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기후부·원안위 등의 업무보고에서 지방정부들의 내국인 카지노 신설 요구를 언급하며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납득하거나 용인하기가 쉽지 않겠죠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폐광지역의 대안사업으로 출범했다는 역사적 배경도 함께 환기했다.

명시적인 불허 선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짊어진 역사성과 폐광지역의 반발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짚었다는 점에서 새만금을 비롯한 신규 내국인 카지노 구상에 사실상 제동을 건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새만금 카지노 논란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논란이 잦아든다고 해서 지난 20여 일 동안 폐광지역이 치른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돌을 던질 뜻이 없었다고 해명해도 이미 번진 파문은 거둘 수 없다. 정책을 거둬들이는 데는 한마디면 충분할지 몰라도, 그 한마디가 헤집어 놓은 지역사회의 상처와 소모된 시간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강원랜드는 특혜가 아니라 생존의 약속

 

강원랜드는 어느 지역이나 수익을 위해 가져다 쓸 수 있는 개발 모델이 아니다.

국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일터와 삶의 기반을 잃은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마련한 최소한의 생존 대책이다.광부들의 검은 땀과 진폐의 고통,탄광촌 주민들의 눈물 위에 세워진 정책적 보상이다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지위는 국가가 폐광지역에 베푼 특혜가 아니다.국가정책으로 생존 기반을 잃은 지역에 국가가 치러야 했던 최소한의 대가이며,폐광 이후에도 주민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한 마지막 경제적 안전망이다.

 

카지노 산업.jpg

 

KakaoTalk_20260722_112038341.png

 

그 역사와 충돌하는 구상을 내놓으려 했다면 적어도 법률적 근거와 사회적 파장, 폐광지역 경제에 미칠 피해부터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정책을 말할 권한에는 그 말이 불러올 파장까지 책임질 의무가 따른다.

이 지사가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할 뜻이 없다면 분명하게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 추진할 의사가 남아 있다면 아이디어라는 방패 뒤에 숨지 말고 그동안의 협의 과정과 정책적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폐광지역에 불필요한 혼란과 비용을 떠넘긴 데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도 뒤따라야 한다.


국가의 약속을 왜 주민이 매번 증명해야 하나

 

정부 역시 지방정부들이 내국인 카지노를 지역개발의 손쉬운 카드처럼 꺼내 들지 못하도록 추가 허용에 관한 원칙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거리로 나가 국가와 맺은 약속의 유효성을 다시 증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켜야 할 약속을 주민들이 투쟁으로 확인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는 생존 심사다.

이번 소동이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은 명확하다. 권력자의 즉흥적인 말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발언에는 돈 한 푼 들지 않았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는 데는 주민들의 돈과 시간, 노동과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값은 정작 말한 사람이 아니라 힘없는 폐광지역과 주민들이 대신 치렀다.

이원택 전북지사가 몇 초 만에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는 산맥을 넘어 폐광지역에 수백 장의 반대 현수막으로 펄럭였다. 잇따른 대책회의가 열렸고, 주민들은 생업마저 접은 채 거리로 나서야 했다. 국가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다시 목이 쉬도록 외쳐야 했으며, 자신들의 삶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또다시 온몸으로 증명해야 했다.

말은 몇 초면 충분했지만, 그 말이 할퀴고 간 상처를 수습하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동, 생계와 눈물이 들었다. 이제 이 지사가 답할 차례다. 말은 자신이 던졌는데, 왜 그토록 비싼 계산서는 아무 잘못 없는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날아들어야 했는가김광희 기자

ⓒ 정선신문 & www.jsweek.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정선아리랑에 오늘의 삶을 담다…가사짓기 공모전 개최
  • 정선군 목재문화체험장 인기
  • “농어촌 기본소득 바람·사전투표 압승…최승준 징검다리 4선 견인”
  • 최승준 민주당 후보 정선군수 당선 확정
  • 공연 보면 케이블카 반값… 정선형 ‘문화관광 패키지’ 뜬다
  • 최승준 정선군수 후보, 막판 표심 공략 총력…“129 민간구급차 지원 추진”
  • 차 한 잔의 행복 - 달팽이 뿔 위 에서 의 싸움
  • 정선군 예미농공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2단계 증설
  • 강원랜드, 태백진로박람회서 청소년 도박예방 캠페인 전개
  • “이제 수도요금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전북지사가 던진 무책임한 한마디…폐광지역은 생업마저 멈췄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