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중심서 자연·시장·카페·웰니스로 확장… “스쳐 가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한국관광데이터랩으로 본 정선관광의 현주소
정선의 관광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산길과 계곡, 시장 골목과 폐광지역의 밤거리에 다시 사람 발길이 늘고 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던 여행객들은 이제 정선에 머물며 하룻밤을 보내고, 시장에서 음식을 먹고, 산과 강을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관광의 방향이 ‘방문’에서 ‘체류’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관광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정선군 외지인 방문자 수는 직전 동일 기간인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와 비교해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원특별자치도 전체 외지인 방문자 수 증가율은 3.4%로 집계됐다.
방문객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정선은 강원도 평균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숫자 이면의 흐름은 달랐다. 정선 관광의 변화는 사람 수보다 ‘머문 시간’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산을 넘고 계곡을 따라 들어온 여행객들은 예전처럼 사진 몇 장만 남긴 채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 하루를 더 묵고, 시장 골목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 창가에 앉아 산비탈로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정선 관광이 ‘지나가는 여행지’에서 ‘머무는 여행지’로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된다. 정선군 숙박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고 평균 체류시간은 1.6% 늘었다. 관광소비 합계 역시 2.9% 증가했다. 전국 관광소비 증가율 4.1%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관광객들이 숙박과 식사, 체험, 휴양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로 읽힌다.
<정선의 관광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산길과 계곡, 시장 골목과 폐광지역의 밤거리에 다시 사람 발길이 늘고 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던 여행객들은 이제 정선에 머물며 하룻밤을 보내고, 시장에서 음식을 먹고, 산과 강을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사진은 고한읍 구공탄시장.>
관광객 이동 흐름에서도 정선은 하나의 생활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태백과 영월, 충북 제천에서 사람들이 들어왔고, 다시 태백과 영월, 평창으로 길이 이어졌다. 폐광지역과 강원 남부권, 충북 북부권이 관광과 일상, 소비와 이동으로 서로 맞물리며 거대한 산악 관광권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정선과 비슷한 관광 흐름을 보인 지역으로는 경북 울진과 전남 고흥, 경남 남해 등이 꼽혔다. 바다와 산의 차이는 있지만, 오래 머물며 쉬어가는 여행이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닮아 있었다. 자연 풍경과 지역 음식, 휴양과 체험이 함께 어우러지는 관광 구조다.
강원도 시·군별 체류시간 분석에서도 정선의 특징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선군 평균 체류시간은 1,609분, 약 26시간 49분으로 조사됐고 평균 숙박일수는 2.53일을 기록했다. 카지노와 리조트, 레일바이크와 트레킹, 산림휴양과 웰니스 관광이 사계절 흐름처럼 이어지며 사람들을 하루 더 머물게 하고 있었다.
정선의 관광은 이제 단순히 목적지 하나를 찍고 떠나는 여행과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산 아래 리조트의 불빛과 시장 골목의 저녁 냄새, 폐광지의 밤거리와 능선 위 바람까지 함께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강원도 내 평균 체류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양구군으로 2,049분을 기록했다. 이어 춘천시 1,928분, 원주시 1,880분, 태백시 1,706분, 강릉시 1,682분 순이었다. 정선은 내륙 산악지역 가운데 강원 남부권 대표 체류형 관광지로 분류된다.
반면 일부 해안 관광지는 방문객 수는 많지만 체류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속초시는 1,123분, 양양군은 991분, 홍천군은 932분으로 집계됐다. 동해안 관광지가 당일 또는 1박2일 중심의 단기 관광 비중이 높은 것과 달리, 정선은 숙박과 체험을 결합한 체류형 관광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선 관광의 구조적 과제도 분명하다.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여전히 강원랜드 카지노와 하이원리조트권에 집중돼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누적 방문객 146만1,686명으로 정선군 관광지 가운데 가장 많은 방문객을 기록했다. 하이원 스키장은 38만370명으로 뒤를 이었다.
상위권 관광지 대부분도 카지노, 리조트, 콘도, 호텔, 워터파크 등 강원랜드·하이원 계열 시설이 차지했다. 이는 정선 관광이 체류형 관광 구조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정 권역과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드러낸다.
반면 자연·체험형 관광지의 성장도 확인됐다. 화암관광지 화암동굴은 누적 방문객 26만9,450명을 기록했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10만6,875명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정선레일바이크는 6만1,744명,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5만4,404명,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은 6만5,141명으로 집계됐다.
계절별 흐름도 뚜렷했다. 화암동굴은 여름철 가족 단위 관광객 수요가 높았고, 가리왕산 케이블카와 레일바이크는 여름 휴가철과 가을 단풍철 방문객이 많았다. 하이원 스키장은 겨울철 방문객이 급증하며 스키 관광지 특성을 보였다.
정선아리랑시장도 주요 관광지 순위 상위권에 포함되며 지역 고유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사북시장, 고한야한구공탄시장, 임계사통팔달시장 등 전통시장과 생활권 상권도 관광 흐름 안에 포함됐다.
이번 자료는 정선 관광의 현재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선은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 중심의 체류형 관광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문화·체험·음식 관광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관광지별 방문객 격차는 크다. 강원랜드 카지노가 146만명 이상을 기록한 반면, 일부 소규모 관광지는 방문객이 수천 명 이하에 머물렀다. 체류형 관광의 성과가 지역 전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권역별 관광 코스 개발과 교통 연계, 숙박 인프라, 먹거리 콘텐츠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업계에서는 정선 관광의 경쟁력이 이제 ‘한 곳을 보여주는 관광’이 아니라 ‘계절 따라 머무르게 하는 관광’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여름에는 화암동굴의 서늘한 바람과 동강 물길, 숲속 휴양림이 피서객을 붙잡고, 가을에는 가리왕산 능선과 레일바이크, 민둥산 억새가 산빛을 따라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겨울이 오면 하이원 스키장과 리조트의 불빛이 폐광지의 긴 밤을 다시 관광의 계절로 바꿔놓는다.
여기에 정선아리랑시장과 향토음식, 산골 카페, 웰니스 관광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질 경우 정선 관광의 체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시장 골목에서 밥을 먹고, 카페 창가에 앉아 쉬고, 하루를 더 묵으며 지역의 시간을 함께 소비하는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권용찬 삼척상공회의소 정선지소장은 “정선은 이제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산과 시장, 폐광지의 밤과 휴양이 함께 어우러진 체류형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다”며 “다만 관광 소비가 강원랜드와 하이원 권역에 머무르지 않고 정선 전역의 시장과 음식점, 관광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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