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풍금사랑회 김지완 대표 35년 공직 마치고 새 인생… 시각장애 딛고 정선곳곳 누비며 감동 연주
정선의 산골 마을에는 저녁이 되면 느린 웃음소리가 번져간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고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사람이 하나 둘 모이면, 어디선가 경쾌한 손풍금 가락이 울려퍼진다. 사람들은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고, 어떤 어르신은 흥에 겨워 콧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 따뜻한 선율의 중심에는 ‘손풍금사랑회 봉사단’을 이끄는 김지완(사진) 대표가 있다.
앞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손끝은 누구보다 밝게 움직인다. 손풍금 건반 위를 오가는 손끝마다 역경의 삶을 견뎌낸 시간과 사람을 향한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면 조용하던 마을회관에도 금세 웃음이 번지고, 굳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천천히 생기가 돌아온다.
김지완 대표에게 손풍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운 희망이자, 사람들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7급 공채 출신인 김 대표는 정선군청에서 35년 동안 공직자로 살아왔다.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그는 늘 군민들 곁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긴 공직생활의 끝에서 그의 삶은 예상하지 못한 어둠과 마주하게 됐다.
녹내장이었다. 처음에는 시야가 희미하게 흐려지는 정도였다. 하지만 병은 조금씩 그의 시력을 잠식해갔다. 그는 어떻게든 빛을 붙잡기 위해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녔다. 좋다는 치료법은 마다하지 않았지만 끝내 시신경은 회복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조기 퇴직과 함께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세상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익숙하던 길도 낯설어졌고, 평범했던 하루조차 조심스럽게 더듬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다시 붙잡은 것은 손풍금이었다.
은퇴 후 취미로 시작한 손풍금은 어느새 그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됐다. 보이지 않는 대신 그는 소리를 더 오래 들었고, 음 하나의 떨림과 박자의 미세한 숨결을 몸으로 익혀갔다.
악보를 눈으로 읽을 수 없었지만 그는 곡을 마음으로 외웠다. 수없이 반복해 손끝에 음을 새기고 리듬을 익혔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천천히 태어난 선율은 어느 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현재 김 대표는 5명의 단원과 함께 ‘손풍금사랑회 봉사단’을 운영하며 관내 사회복지시설 3개소를 정기적으로 찾아 음악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정선의 각종 축제와 마을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지역사회에 따뜻한 흥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그의 봉사는 음악에서 끝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현재 정선군 시각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남평3리 마을 활성화 사업에도 참여하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손풍금사랑회 단원들은 남평3리에 모여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이어간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 울려 퍼지는 손풍금 가락은 오래 잊고 있던 웃음과 온기를 다시 불러낸다.
김지완 대표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손풍금 소리가 정선군민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연습하고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사람은 끝내 자기만의 빛을 만들어낸다.
김지완 대표와 손풍금사랑회의 따뜻한 선율은 오늘도 정선 곳곳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있다.
유상환 기자dbsh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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