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억 들여 살린 하천…주민은 아직 물가로 내려가지 못한다
한때 검은 석탄물이 흐르던 지장천(地藏川 )은 폐광 이후 20여 년간의 정화사업 끝에 다시 생명을 되찾고 있다.
수달이 돌아왔고, 물고기와 다슬기가 서식할 만큼 수질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여전히 하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사북읍 사북시장 일대 약 1㎞ 구간이 철제 구조물과 높은 옹벽(사진)으로 막히면서 사실상 ‘갇힌 하천’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지장천은 함백산(咸白山)과 백운산 일대 고지대 계곡에서 발원해 고한읍과 사북읍, 남면을 거쳐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과거 탄광 전성기에는 대한석탄공사 고한광업소와 사북광업소, 동원탄좌와 민영탄광 등 수많은 광산의 갱내수가 흘러들며 폐광지역 산업화의 상징 같은 하천이었다.
특히 1960~1980년대 석탄산업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지장천은 석탄 슬러지와 광산 폐수로 인해 강바닥까지 검게 변했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 온 뒤 지장천은 검은 국물이었다”는 말까지 돌았다.
초등학생들이 미술시간에 강물의 색깔을 검게 칠했다는 웃지 못할 기억도 남아 있다.
고한읍에서 사북읍, 남면을 거쳐 흐르는 지장천은 1966년 이전만 해도 주민들이 목욕하고 빨래하며 물고기를 잡던 물 많은 하천이었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본격화되면서 하천은 급격히 오염됐다.
폐광 이후 정부는 2004년 사북광업소 폐광을 계기로 지장천 2단계 정화사업에 착수했다.
고한읍에서 남면까지 약 15㎞ 구간을 대상으로 하상 퇴적물 준설, 식생 호안 조성, 광산 갱구 폐수 정화, 하수관로 정비 등 대규모 환경복원 사업이 추진됐다.
정선군도 2004년 남면 무릉리에 하루 6,000㎥ 규모 하수종말처리장을 준공해 고한·사북·증산지역 오폐수 처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의 지장천은 수달과 물고기, 다슬기가 돌아오는 생태하천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북읍 구간 현실은 다르다.
사북주유소에서 사북시장 뒤편으로 이어지는 하천변 약 1㎞ 구간은 철제 난간과 콘크리트 옹벽으로 막혀 있다.
사실상 주민 접근 자체가 차단된 상태다.
하천은 살아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물가로 내려가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일부 구간은 하천 진입로조차 제대로 없어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0일께 사북 제일의원 앞 약 6m 높이 둔덕 아래로 주민 박모(78) 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하천 진입로 부족으로 119 구조대 접근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지장천 복원의 방향이 단순 수질 개선을 넘어 ‘친수공간 조성’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사북시장 뒤편에는 인공폭포와 친수보가 조성돼 일부 볼거리가 만들어졌지만, 나머지 구간은 여전히 방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하상 정비 수변 산책로 낚시 공간 여름철 쉼터 친수형 공원 등을 단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주민은 “수질만 좋아졌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이제는 주민들이 물 가까이에서 쉬고 걸을 수 있도록 청계천처럼 사람 중심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장천 복원사업에는 수백억 원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복원된 생태하천’과 ‘차단된 도시공간’이 공존하는 기형적 구조에 가깝다.
한때 탄광의 상처를 온몸으로 견뎌낸 지장천.
이제는 단순히 깨끗한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을 넘어, 주민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오는 마지막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주영기자 sky310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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