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별적 수거의 한계, “청소 비용도 마을주민 부담”…해결책은 ‘제도 개선’
정선군 임계면 내도전마을 대청소 현장은 겉으로는 깨끗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농촌이 오랫동안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3일 내도전계곡과 마을 도로변 일원에서 주민들이 참여한 대청소가 진행됐다.
겨우내 강풍에 날려온 생활쓰레기와 행락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그리고 영농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까지 정비하는 자리였다.
주민들은 계곡과 도로 곳곳을 돌며 방치된 쓰레기를 직접 수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는 단순한 환경정화 차원을 넘어섰다. 치워도 반복되는 쓰레기,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불완전한 수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농촌에서 발생하는 영농폐기물은 동일한 ‘폐기물’임에도 처리 방식이 극명하게 갈린다.
멀칭비닐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거된다. 재활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농약용기, 비료포대, 톤백, 관수호수(분수호스·점적테이프) 등은 한데 섞여 배출되지만, 실제 수거는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수익성이 있는 일부 품목만 회수되고, 나머지는 현장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은 장기간 방치되며 부식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재활용 가능성마저 사라진다. 이는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도전마을 주민들이 대청소 후 영농폐기물 집하장에서 업체가 수거하지 않고 방치된 폐기물을 직접 수거해 적재하고 있다.>
톤백은 대표적인 사각지대 품목이다.
퇴비 살포 이후 회수돼야 할 톤백이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작업을 수행한 업체가 회수하지 않으면서, 처리 부담은 고스란히 농업인과 마을 주민에게 전가된다.
관수호수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비닐 재질임에도 수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다. 부피가 커 종량제 봉투로 처리하기도 어렵고, 재활용 여부도 불분명하다.
결국 주민들이 사비를 들이거나 마을기금을 활용해 처리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청소에서도 폐기물 처리와 행사 준비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환경정비는 공공의 영역이지만, 실제 부담은 주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자발적 참여에 의존한 현재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는 반복되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농폐기물 문제를 단순한 관리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보고 있다.
우선 폐기물 종류별 분리배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현장의 혼합 배출 현실을 반영한 수거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책임의 주체다.
영농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해당 작업을 수행한 업체가 회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청소를 통해 계곡과 마을은 다시 깨끗해졌다.
그러나 그 풍경은 주민들의 노동과 비용 위에 세워진 결과다.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되고 있다.
농촌 환경은 더 이상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쾌적한 농촌을 위해, 영농폐기물 처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지효숙기자@miky1962daum.net
BEST 뉴스
-
40년 공직 마치고 양봉인 변신…벌 300군으로 일군 연 매출 1억원 ‘꿀맛 인생 2막’
“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성을 쏟은 만큼 달콤한 꿀로 답하고, 제 인생의 두 번째 봄까지 열어줬으니까요.” 정선군청에서 40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기획감사실장을 끝으로 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한 박명섭(70 사진) 아리벌양봉원 대표. 그는 요즘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꿀맛 인생 2막’을 살... -
새만금 카지노 추진·고객 금융정보 규제에 폐광지역 강력 반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추진과 강원랜드 이용객의 금융·신원정보 기록을 강화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움직임에 맞서 폐광지역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역살리기공추위(위원장 안승재)는 16일 공추위 사무실에서 집행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폐광지역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강원랜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 -
국도 59호선 10년째 공사판… 남면 주민 불편 가중
정선군 남면을 관통하는 국도 59호선이 사실상 10년째 공사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면 유평리∼낙동리를 잇는 4.3㎞ 구간의 공사가 시공사 기업회생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된 가운데, 같은 노선 유평리 일원에서는 별도의 위험도로 개선공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 30일까지 1개 차로가 통... -
북소리 따라 번진 웃음…손풍금에 실어 보낸 스무 해의 축하
북소리가 둥글게 퍼지자 객석에서 박수가 피어났다. 통기타의 맑은 선율 위로 손풍금의 정겨운 가락이 포개지자 굳어 있던 얼굴에도 하나둘 웃음이 번졌다. 주민들이 매주 한자리에 모여 다듬어온 음악은 이날 무대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선물이 됐다. 북평면 남평 강변마을 ... -
정선군, 2026 사북시장 별별야시장 물가안정 캠페인 전개
정선군은 여름휴가철을 맞이하여 관내 전통시장 및 여름 축제장 등에서 상거래 질서 부당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물가안정을 통해 건전한 휴가문화 조성 및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바가지요금 근절 예방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하고 사북시장 야시장(별별야시장_사북한(寒)밤-별빛여행)개장에 맞... -
빛을 캐던 사람들… 정선 탄광촌의 기억을 만나다
한때 정선의 산은 석탄을 품었고,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빛을 캐냈다. 막장에 들어선 광부들은 머리에 작은 불빛 하나를 밝힌 채 석탄을 캤고, 가족들은 갱도 밖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탄광은 일터를 넘어 수많은 사람의 삶과 애환, 마을 공동체의 기억이 쌓인 공간...




